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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오르면 손실 커지는 코스닥기업 왜?	2025-08-31 20:17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선 실적과 무관하게 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속출했다. 주가가 오르자 메자닌에 붙은 전환권 등의 가치가 오르며 회계상 손실이 커지는 착시 효과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앤씨바이오는 올 상반기 매출액 3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3% 성장했지만 순손실은 1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금융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4월 발행한 6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가치가 주가 급등으로 크게 불어나면서 올 상반기에만 파생상품 평가손실 155억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 엘앤씨바이오 주가는 20.3% 상승해 전환가액(2만1200원)을 크게 웃돌았고, 주가는 최고 3만3250원까지 치솟았다.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어 채권과 자본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 조건이 고정돼 있으면 자본으로, 주가에 따라 전환가액이 달라지는 리픽싱 조항이 붙어 있으면 파생상품부채로 분류한다. 결산 시점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기업은 마치 장래에 더 비싼 주식을 내줘야 할 의무가 생긴 것처럼 장부에 부채를 늘려 잡는다. 금융비용이 늘어나 순이익이 줄지만 이는 회계상 손실일 뿐 실제로 현금이 유출되는 건 아니다. 올 상반기 결산 기준 총 28개 상장사가 이 같은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인식했다고 공시했으며 이 중 코아스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코스닥 상장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코스닥 상장사가 18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메자닌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다. 메자닌은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 유리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수요가 많다. 코스닥 전체 지표에도 착시가 나타났다.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9.05% 늘었지만 순이익은 26.56% 급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올 상반기 17.35% 상승하면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커진 영향이다. 주가 상승으로 실제 전환이 이뤄지면 자본이 확충돼 부채비율 개선으로 이어진다. 2차전지 부품 제조사 나인테크는 올 상반기 중 일부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자본이 확충되며 부채비율은 121.3%에서 82.3%로 낮아져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파생상품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글로벌 공통 원칙"이라며 "투자자들이 현금흐름과 회계상 손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가 오르면 손실 커지는 코스닥기업 왜?

2025-08-31 20:17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선 실적과 무관하게 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속출했다. 주가가 오르자 메자닌에 붙은 전환권 등의 가치가 오르며 회계상 손실이 커지는 착시 효과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앤씨바이오는 올 상반기 매출액 3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3% 성장했지만 순손실은 1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금융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4월 발행한 6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가치가 주가 급등으로 크게 불어나면서 올 상반기에만 파생상품 평가손실 155억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 엘앤씨바이오 주가는 20.3% 상승해 전환가액(2만1200원)을 크게 웃돌았고, 주가는 최고 3만3250원까지 치솟았다.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어 채권과 자본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 조건이 고정돼 있으면 자본으로, 주가에 따라 전환가액이 달라지는 리픽싱 조항이 붙어 있으면 파생상품부채로 분류한다.
결산 시점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기업은 마치 장래에 더 비싼 주식을 내줘야 할 의무가 생긴 것처럼 장부에 부채를 늘려 잡는다. 금융비용이 늘어나 순이익이 줄지만 이는 회계상 손실일 뿐 실제로 현금이 유출되는 건 아니다.
올 상반기 결산 기준 총 28개 상장사가 이 같은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인식했다고 공시했으며 이 중 코아스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코스닥 상장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코스닥 상장사가 18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메자닌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다. 메자닌은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 유리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수요가 많다.
코스닥 전체 지표에도 착시가 나타났다.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9.05% 늘었지만 순이익은 26.56% 급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올 상반기 17.35% 상승하면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커진 영향이다.
주가 상승으로 실제 전환이 이뤄지면 자본이 확충돼 부채비율 개선으로 이어진다. 2차전지 부품 제조사 나인테크는 올 상반기 중 일부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자본이 확충되며 부채비율은 121.3%에서 82.3%로 낮아져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파생상품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글로벌 공통 원칙"이라며 "투자자들이 현금흐름과 회계상 손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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