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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장 "금산분리 완화는 최후 수단" 2025-11-23 17:24

정부가 인공지능(AI) 첨단산업 투자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50년, 서구에선 100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산분리 완화는 최후의 카드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대통령실, 기획재정부와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논의가 다양한 시각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한쪽 측면에서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상당히 불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산분리는 대기업이 은행, 자산운용사 등을 사금고화하지 못하도록 도입된 규제다. 재계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펀드운용사(GP)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식으로 AI, 반도체 투자금 조달의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를 최후의 수단으로 두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혁신 등 과학기술과 발전된 전략산업 부문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업계와 부처 간 소통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며 "정 다른 방법이 없으면 금산분리 완화를 생각해야 하고, 다른 대안이 있으면 그것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주회사의 GP 지배 허용을 놓고는 "GP 없이 투자를 잘 해왔는데, 왜 꼭 도입해야 하는지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 업종에 한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100%에서 50%로 낮춰 스타트업 등에 더 투자할 여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요구에도 "특정 기업에 집중해서 규제 완화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필요로 하는 사례로 SK가 꼽힌다. SK의 손자회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공장 증설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SK를 위해 금산분리 원칙 또 훼손하나'라는 논평에서 "AI 투자 확대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특정 재벌 맞춤형 규제 완화"라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국내 대기업들이 본업인 제조업보다 벤처투자 등 문어발식 확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건 주력 기업들이 자기 본업에 충실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정의'(소프트뱅크 회장)처럼 여기저기 투자를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 위원장은 "중요한 건 어떻게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인가이다"며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주 위원장은 오히려 대기업집단의 공시 의무, 사익편취 및 동일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온라인플랫폼법이 리스크로 부상하며 논의가 멈췄던 배달앱 수수료 규제는 별도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배달앱 수수료에 한정된 특별법 형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팩트시트에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명시된 것을 놓고는 "국적에 따른 차별 없는 입법과 법 집행을 원칙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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